협력업체 지원사업 대상으로 지정하는 듯…사실, 재고 넘쳐나자 인건비 및 창고용도
삼성중공업, 100억 설비 책임 못져…”기존 직원 정리하고, 알아서 자구책 마련할 것”
[기획] ② LG경쟁 뛰어든 삼성重, 하청업체 대표 비용 및 법적부담 ‘총알받이’에 이은 삼성에 1989년 이후 11년간 제품을 생산하고 대금을 받지 못한 채 현재 서울 강남역 근처에 노숙 중인 김두찬 대표의 스토리
삼성중공업이 벌인 4차례 노동자 중대재해를 상관도 없는 하청업체 사장 1인이 몫으로 감당해야 했던 기구한 사연이 끝나나 싶었지만, 삼성의 하청기업 ‘피 빨아먹기’는 계속된다.
한차례 폭풍이 지난 뒤 삼성은 회유에 들어가는 듯했다. 협력업체 기술 기계설비 지원사업으로 김 대표를 지정했다. 삼성중공업 내 공장 700평 규모, 20명 정도가 일하는 곳. 생산 기계시설과 제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금형과 공구, 작업 선반 등 지원하는 품목을 표로 만들어 무상으로 이전해 주겠다. 기계를 이전하는 공장을 6개월 내로 준비하라고 말했다. 삼성이 기능공을 교육했다가 김 대표 생산공장이 준비되면 바로 작업에 들어가자는 제안, 설비는 무상이며, 이전 비용만 부담하라고 했다.
김 대표는 또 속고 만다. 삼성 측은 설립 이래 처음으로 파격적 제안을 받은 김 대표가 부럽고 자금을 투자하고 싶다면서 현재의 서로 간 형성된 좋은 감정을 오해할 수 있으니, 합의서를 주고받지는 말자라고 제안했다. 앞서 주차설비를 제작하던 인화공업이 주도하는 사업;삼성으로부터 3명의 관리직과 20명의 생산직을 모집해 파견하겠다는 약속을 믿은 김 대표는 거액을 동원해 1500평 규모의 공장을 4개월 이내 준비해 삼성 측 검사 확인을 받는다. 이어 삼성 측은 생산 기계 보관 및 관리에 대한 책임과 삼성에만 납품하도록 하는 계약서를 들이민다. 그리고 제품이 생산에 들어가면 그 이익금으로 이전 유가족 합의금도 마저 채우라고 했다.
김 대표는 기계 이전 대금을 기계 이전 업체에 지불했고, 공장 준공식을 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며칠 후 삼성중공업 임직원이 찾아왔다. 이건희 회장이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데, 취미생활로 자택에 자동차를 분해해 조립하는 정비시설을 하나 만들고자 해 독일에서 정비기계 도면을 구해왔다. 경주현 대표가 이를 맡아야하는데 삼성중공업 진행 사업에 차질이 생기니, 실력좋은 국산공업에서 제작해 달라는 것. 이에 김 대표는 철강 자재를 고가의 특수강으로 구입해 야근까지 하며 100% 품질보증 후 삼성그룹에 납품한다. 그래도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을 위해 일했기 떄문에 자동차 정비 기계 대금을 받지 않아도 보람이 있었다고 했다.
비용은 삼성중공업 예산이 아닌, 임직원 업무비 3000만 원이 전부였다. 본업은 제쳐두고 삼성그룹 회장을 위해 자발적으로 헌신한 셈. 그런데 이후 상상 이상의 현실을 마주한다. 삼성중공업과 계약한 설비를 새로 갖춘 인화공업 공장 가동 준비가 됐는데, 삼성 측 주문이 들어오지 않았다. 이유는 이랬다. 삼성중공업 경영이 어려워 구조조정이 있었고, 기존 재고를 다 판매한 뒤 주문하겠다는 것. 삼성 측 입장에서는 공장 하나를 더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재고가 가득하니 경기에 맞춰 생산라인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삼성 내 인건비와 물류비를 대폭 낮출 수 있게 된 것이다.
삼성 측은 생산까지 약 4개월이 필요하니 자구책을 마련하라고. 삼성 제일의 협력업체라는 부푼 꿈을 꾸던 김 대표는 공중에 떠 버리고 만다. 삼성중공업 임원 하나는 김 대표에게 “내 동생도 작은 중소기업을 운영해 하청기업의 어려운 입장을 이해한다”고 공감하며 위로했다. 그는 삼성이라는 회사의 비상식적 경영을 지적하면서 사실 ‘병 주고 약 주고’가 아닌 피해자에게 할 말을 잃게 만들어 버렸다.
이후 김 대표가 찾아간 삼성중공업 사무실 내 경주현 대표는 그를 만나주지 않았다. 김 대표는 인화공업 내 25명의 직원들에 약속한 급여는 주겠다며 일이 없는 생산직에 휴가를 내 주고, 국산공업에서 작은 일거리라도 끌어와 공장을 운영해야 했다. 기존 공장은 이건희 회장의 취미용 설비제조 공장으로 바꾸고, 중공업 부회장의 진급을 돕기 위해 만든 주자 설비 공장을 아예 삼성 재고 회전용 외주 창고로 떠 안게 됐다. 설비는 물론 세금, 인건비 등 모든 제반 비용도 한 사람이 모두 부담해야 하는 상황.
삼성중공업에 사정해 다른 일을 달라고 사정했지만, 몇 개월 후까지 구조조정이나 하고 기다리라는 게 답변. 이후 삼성이 해당 업계 내 경쟁업체에 밀리면서 인화공업은 필요시 소량 주문생산만 해야 했고, 결국 건축기사 1명과 경비근무자만 남기고 직원들을 해고해야만 했다.
100억 원의 주차 기계 설비는 감가상각돼 60억 정도만 남았고, 이와 관련 삼성중공업은 담당자는 일본으로 넘길 수 있다는 식의 임기응변 답변뿐이었다. 그마저도 2년이 멀다 타 계열사로 이동해 하소연할 곳조차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국산공업 명의로 당좌계좌를 만들어 구입 자재 대금을 약속어음으로 결재, 지출을 연장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했다. 김 대표의 집도 담보대출을 받아 운전자금을 보충했다.
